-
목차
윙윙 계속 소리가 난다. 한대 쳐봐도 계속 소리가 난다.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하면 몰입이 깨진다.
윙 윙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하다. 계속 윙~ 소리를 내다가 스타카토로 윙윙윙 하고 소리를 낸다.
저녀석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나보다.
16년 12월? 17년 1월? 그쯤 샀던 녀석. 처음 장만한 새 냉장고에 너무나 기뻤했던 내가 떠오른다.
아들을 업고 냉장고를 꼭 안았던 나. 그땐 참으로 순수했다. 그리고 무지하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녀석에게서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걸 알리는 윙윙. 그 소리는 새벽에 유난히 크게 들린다.
모두가 잠든 새벽, 항상 고요한 이 새벽에 녀석만 아주 큰소리를 내고 있다.
가끔 너무 시끄러워서 때리기도 하지만 녀석은 절대 멈출주 모른다.
처음 모습 그대로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랐지만, 언젠가 녀석을 떠나보내야겠지?
물건도 인간도 영원히 내 곁에 머무는 건 없다. 언젠가는 모두 자기 길을 찾아 떠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모두 소화하면 미련도 없이 세상을 떠난다.
물건은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쥐어짜서 해난다면 미련없이 버려진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가? 자신의 역할이라고 해냈던 일이 자신의 역할이 아니여서 결국 죽음 문턱앞에서 깨닫는 경우가 많다.
죽기 전 나는 이 세상에서 내 역할을 잘 해냈느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예’라고 말하고 미련없이 떠나고 싶다.
그럴려면 지금 소리내고 있는 냉장고처럼 내 역할을 열심히 해내야한다.
세상이 나를 보낸 그 소명이 무엇인지 찾고 그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럴려면 읽자 읽자 책을 읽자. 항상 책에 답이 나와있다고 굳게 믿은 이 믿음이 반드시 답해 줄 것이다.
하 오늘따라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가 더 요란하다. 더 크게 들리는 듯 한다. 아무래도 자기 이야기 하는걸 눈치챘나보다.
모든 물건에는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저 평범한 물건이라도 내가 그 물건과 함께 추억을 쌓으면 그 물건은 이제 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물건을 버리는건 쉽지 않다.
모든것에는 뭔가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 물건도 잘 달래면 참 신기하게 내 말을 듣는다.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인간은 참으로 묘하고 어려운 존재가.
앗! 냉장고가 소리를 멈췄다. 이제 이 글도 마무리 하라는 말인가보다.
시끄러운 냉장고야 나와 앞으로 좀 더 같이 추억을 쌓자! 그동안도 앞으로도 고마워.
'10분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12.26. 영하 11도 (0) 2025.12.26 25.12.25. 커피포트 (0) 2025.12.25 25.12.24. 돌돌이 (0) 2025.12.24 25.12.23. 쓰다만 휴지 (0) 2025.12.23 25.12.22 킨더조이 장난감 (0) 2025.12.23
